이어지는 글: 스물 한 살의 봄 Here I am.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무려 11개월 전이라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말이 11개월이지 사실상 일 년만이다. 아무래도 나는 봄에 약한가보다, 매년 봄만 되면 마음이 바스라지는 걸 보면. 그래도 뱀띠답게 헌 허물을 벗어던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우습지만 기분이 나아진다. 역시 하루의 질을 높이는 건 약간...
이어지는 글; 스무 살의 봄https://chezdaram.postype.com/post/6558351 이전에 쓴 어느 한 문장이 불현듯 읽고 싶어졌다. 묵은 글을 펼쳤다. 우연처럼 딱 1년 전의 작성일자를 보고 기분이 미묘했다. 한창 힘들던 적에 밤마다 삼키지도 못하고 토해놓은 감정들이 눈에 선했다. 자존심에 쓰러지지도 못하고 이만 악물던 멍청이에게 나라...
항상 생각해야 하는 건 좋은 질문을 하는 법. 혹은 정답을 하나의 질문으로 생각하는 법. 어쩌면 질문이야말로 최고의 답이다.
휴가 중 날아온 사고 소식을 접하고 기분을 잡쳤다. 왜 모든 사고는 휴가 전날과 당일에 터지는 걸까? 심지어 남의 잘못도 아니고 내가 예전에 친 실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벌써 반년도 넘게 출근했는데 아직도 이런다. 한참 자괴감을 느끼며 이불을 걷어찼지만 40년 넘게 일하고도 나같은 신입보다 훨씬 어이없는 실수를 쏟아내는 상사를 생각하며...
OO이가 그립다. 아침마다 혼자 출근하며 반쯤 제정신이 아닌 기분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다. 싸움이라도 하고 싶다. 하루종일 아무 말도 안 하니 미칠 것 같다. 혼자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야말로 혼자가 아니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인간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발전시켜왔고 대화의 단절이란 진화의 퇴보를 뜻한다. 그동안 한심하게 여겨왔던...
내가 20대가 되었다고 깨달은 것은 버스 안이었어요. 가장 친한 친구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지요. 신나게 놀고 먹고 쇼핑한 덕분에 잔뜩 지친 우리는 휴대폰으로 뉴스 사이트만 들락날락거리고 있었어요. 무역회사를 다니는 친구와 금융회사를 다니는 나에게 이 21세기의 역병은 그야말로 재앙이었거든요. 멍청한 영국 총리가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았다는 기...
어른이 된다는 건 뭔가 대단한 일인 줄 알았다. 스무 살을 먹으면, 이십 년쯤 살아내면 온갖 꿈과 낭만과 자유가 주어질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시험과 성적에 매달릴 필요도 없고, 지겨운 선생님들의 설교를 듣고 있을 필요도 없고, 답답한 집과 학교를 떠나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드디어 교복을 벗어던진다니! 야자도 안녕, 커피와 매점과 삼각김밥도...
나를 기다리는 바다가 있다. 깊은 바다, 드넓은 바다, 사나운 바다. 시간의 신을 견뎌낸 늙은 고래의 등과 같이 검푸른 바다. 희여멀컹한 연안이나 까슬거리는 해수욕장과는 존재의 근원부터 다른, 그런 단단한 바다. 시린 빙하 조각 몇 덩이가 거품 서린 파도에 꿰인 채 퍼득거린다. 깨어진 흑요석처럼 매끈하고 번들거리는 파도는 겁없이 물에 뛰어드는 이들의 허연 ...
20191025 金 1:45 나는 심장이 좋지 않으니 오래 살기는 힘들 것이다.가끔 가슴이 심하게 요동칠 때는 이 느낌이 사실인지 알기 위해 가만히 손목의 맥을 잡곤 한다.통, 통, 통, 쾅. 때때로 일정치 않은 박동이 느껴지면 불안감과 안도감이 함께 피어오른다.심장이 어딘가 고장났구나. 그러나 나의 감각은 아직 정확하구나.병원에서도 큰 이상이 없다고 했으...
하얀 바탕에 짙은 코발트색의 직사각형, 90년대스러운 폰트로 쓰인 '시대의 우울-최영미의 유럽일기'라는 제목까지. 언뜻 보고는 미술 코너에 잘못 꽂혀 있는 여행서적인줄만 알았다. 도서실에서 몇 번이나 지나쳤지만 누릿한 표지에서 느껴지는 세월감에 피해다니다가 우연히 집어들었다. 종종 하던 것처럼 반을 갈라서 펼쳤더니 하필 내가 좋아하는 브뢰겔의 작품과 눈이 ...
시보다는 장편소설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이름은 퍽 익숙하다. 윤동주 시인이 가장 좋아했다던,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음을 맞이했다는 독일에서 가장 낭만적인 시인. 한동안 지나치게 바쁜 탓에 글자를 읽지 못했는데, 문득 이 사람의 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라서 주변 도서관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안타깝게도 시집은 찾을 수 없었지만, 다행히...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고르라면 망설임없이 오스카 와일드를 외칠 자신이 있다. 어릴 적 읽은 '행복한 왕자'로 처음 접했고, 작년에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완벽하게 열렬한 팬이 되었다. 대화체의 장편 '거짓의 쇠락'이나 희곡 '진지함의 중요성' 등 유명한 작품이 아니라 비교적 덜 알려진 이 책을 집어든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심연으로부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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